부활 군견조가 같이 밥 먹는 이야기~ 전편과 이어집니다! 날조 설정이 많은 점 주의해주세요! 봘 에바 흡연자였으면 좋겠다... :3
과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드롭.. 추후 추가됩니다 ㅠ▽ㅠ)/
과연 그 명성 값을 톡톡히 해내는 곳이다. 약속 시간으로부터 정확히 5분 전에 도착한 아이자크가 느낀 레스토랑의 첫 인상은 딱 그러했다. 입구부터 레스토랑의 내부까지 깔린 카펫은 딱 보아도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로 사용하기엔 고가의 물품이었고, 화사한 샹들리에의 은은한 조명 아래에 있는 천장과 벽은 고상한 색조와 분위기로 한껏 치장되어 있었으며, 사치스러움보단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소품들은 여러 곳에 놓여져 장식품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주변을 휘휘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멈추었다. 하얀 천이 덮어씌워진 테이블 중, 유독 한 곳의 꽃병에만 보라색과 푸른 색의 꽃다발이 들어있었다. 자리는 저기겠군. 아이자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채 검은색의 길고 단정한 치맛자락을 나풀거리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종업원을 바라보았다.
“죄송하지만, 오늘 영업은…”
“오늘 여기로 오라는 약속이 있었는데요.”
“예? 하지만-”
담담한 대꾸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이 물러서지 않자 아이자크는 말없이 품 속에서 편지를 꺼내 뒷면이 종업원에게 보이도록 뒤집었다. 그러자 뭔가를 기억하려는 듯 약간 눈살을 찌푸리던 종업원이 곧 아, 하는 짧은 신음을 내더니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예약하신 분과 동행하질 않으셔서.”
“괜찮으니 안내해주시죠.”
어차피 보낸 놈이 잘못한 거니까. 그는 뒷말을 침묵과 함께 삼켜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종업원이 안내한 곳은 유일하게 꽃이 꽂혀있는 자리였다. 여기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무척 친절한 목소리로 그렇게 덧붙인 종업원이 멀어져가자, 아이자크는 척 보기에도 꽤 값이 나갈 듯한 벨벳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등받이에 몸을 늘어뜨린 뒤 눈을 감았다. 어차피 누가 자기를 초대했는지에 대해서는 편지를 받았던 그 날부터 알고 있었으니 앞으로 남은 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대화를 나눌 것인지에 대한 마음 정리였다. 꽤 오래도록 마주하지 못한 맹우와 가상으로 대화 몇 마디를 나누는 상상을 해보던 그는 문득 어디선가 불어오는 찬 바람을 느끼고 눈을 떴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머플러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린 검은 코트의 남자가 테이블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편히 늘어뜨렸던 자세를 약간 고쳐앉은 아이자크가 남자가 테이블에 앉는 것을 기다렸다가, 그가 머플러를 끌러내리려는 순간이 되어서야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재회의 인사를 고했다.
“안녕, 에바.”
“오랜만이군, 아이자크.”
머플러를 완전히 끌러내린 남자가 익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진 속의 거추장스럽고 실용성 없는 총사령관의 옷차림 대신 간소하게 검은 색의 트렌치 코트만을 걸친 에바리스트가 고개를 들어 아이자크를 바라보았다. 성유계와는 달리 시간의 영향을 받는 시간을 보냈던 에바리스트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과는 달리 부쩍 피곤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로간에 오간 한 마디를 끝으로 무겁게 내려앉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에바리스트였다. 바로 옆 좌석에 회색 머플러를 올려둔 그는 곧 검은 트렌치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두기 위해 움직였고, 맞은 편에 앉아있던 아이자크는 그 작은 동작 속에서 미세하게 밀려드는 냄새를 잡아내었다. 그의 코가 합성 폭탄의 냄새를 잡아낼 수 있을 만큼 예민했기에 가능한 얘기였다. 싸하고 묵직한 고급 향수의 향 뒤로 이물질처럼 숨은 것의 정체를 알아낸 아이자크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 담배 냄새…….
눈을 가늘게 뜬 아이자크가 에바리스트를 노려보았다. 이전에는 피기만 해도 가까이 다가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할 만큼 엄포를 놓았던 주제에 이젠 자기가 그걸 피고 앉아있으니 좋은 생각이 들 리가 없었다. 눈빛으로 사람을 난도질 할 수 있다면 진작 그렇게 백 번을 할 수 있을 만큼 집요하고 예리한 시선이 에바리스트에게 쏟아졌다. 애써 모른 척 소리 없는 항의를 묵살하던 에바리스트는 결국 얼마 못 가 두 손 두 발 다 든 얼굴로 목이 타는 듯 미리 따라져있던 물을 마신 뒤 거의 한숨을 내쉬듯 중얼거렸다.
“그럴 사정이 생기더군. 네게도 사정이 있었던 것처럼.”
그 말에 아이자크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그 한숨 같은 말이 ‘네가 곁에 있지 않았기에 나는 담배를 피울 수 밖에 없었다’ 의 의미로 들린 탓이었다. 분명 여러 가지 뜻을 내포했을 은유적인 말이었지만 아이자크의 입장에서는 저런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원망하고 있는 건가. 내가 네 곁에 있지 않았다고. 조금씩 입가를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그대로 흘리며 아이자크가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정말 단 한 군데도 변한 게 없었다. 뭐,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한 걸 보면 당연하겠지만. 미안, 에바. 그래서 더더욱 네 곁으로는 못 돌아가겠다. 의도적으로 표정을 푼 아이자크가 의자를 좀 더 민 뒤 등받이에 느슨히 몸을 기대며 다른 화제를 꺼냈다.
“초가을에 머플러라니 너무 과한 차림 아냐? 그렇게 둘둘 싸매고 다니다간 강도로 신고 당하기 딱 좋을 걸. 난 네가 에바가 아니라 괴한인 줄 알았다고.”
“글쎄, 총사령관 옷차림으로 거리를 나도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 너도 조용히 만나는 편이 더 좋을 테고.”
“조용히라고? 최고급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으면서 잘도 그렇게 말하는군.”
“들키는 건 순식간이니까.”
어느새 트레이에 담겨 나온 식전빵을 받아 한 입 베어문 에바리스트가 그렇게 말하자 아이자크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맞는 말이다. 당장 파이드의 거리 몇 개만 돌아다녀봐도 에바리스트의 초상이 붙지 않은 곳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여전히 다른 나라와의 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에 젊었으며 제국 원수의 지위에 오를 만큼 지도력이 강한데다 전쟁 영웅이기까지 한 에바리스트는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상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즉 이 나라 총통의 외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소리였다. 아마 기술의 힘을 빌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머리와 눈 색을 하지 않는 이상 에바리스트는 누구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먼 곳을 둘러보다 레스토랑의 한 쪽 구석에서 수근거리던 여종업원들과 시선을 마주친 아이자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돌리며 에바리스트에게 속삭였다.
“저 뒤에 여자들 너 보고 숙덕거린다.”
“안 그래도 돌아갈 때 말하려고 했으니 괜찮아. 이 레스토랑 주인도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닐 테고.”
“뭐, 그렇겠지. 그래서……. 날 부른 목적이 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총통 각하?”
발을 꼬아 테이블 끄트머리에 얹은 아이자크가 거만스럽게 묻자, 반사적으로 인상을 쓴 채 그 발을 노려보던 에바리스트의 표정이 천천히 변했다. 지금까지 이 레스토랑 내에서 봤던 표정 중에서 가장 무방비한 얼굴이 된 에바리스트가 할 말을 잃고 아이자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깊은 의문이 담긴, 좀처럼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은 곧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가 평소의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 남은 빵을 마저 위장으로 밀어넣은 에바리스트가 덤덤하게 답했다.
“네가 그 이유를 물을 줄은 몰랐는데.”
“나도 일이 있어서 말야, 총통 각하께서 날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뭔지는 알아야겠거든. 어느 쪽이지? 일? 아니면 다른 쪽?”
과한 장난이라고 치부한 건지 에바리스트가 눈을 치켜떴다. 미지근한 온도를 유지하던 금안이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잠시 빈 접시를 내려다보던 에바리스트는 곧 웃지도 않고 대꾸했다.
“떠보기가 꽤 심하군, 아이자크. 난 용병단장 아이자크 로스바르드가 아닌 내 친구 아이자크 보덴을 초대했다. 네가 용병단장의 자격으로 여기에 앉아있는 거라면 더 이상의 대화는 없을 거다.”
“아… 들켰나? 미안, 우리 용병단도 제국이랑 계약 한 번 해보나 싶어서 한 번 떠봤어. 밑에 애들이랑 내기하고 왔거든.”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의 딱딱한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자신이 오른 지위에 걸맞는, 거짓말이라도 꿰뚫어볼 듯 날카롭게 벼려진 에바리스트의 시선이 와닿았다. 그러나 아이자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선을 흘려보내고는 손도 대지 않은 빵이 담긴 접시의 바로 옆에 놓여지는 스프에 시선을 준 상태로 하지도 않은 내기를 들먹이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하얀 김과 함께 풍겨져오는 고소한 크림 냄새 사이로 버섯 특유의 향이 올라왔다. 곧 어렵지 않게 그 거짓말을 파악한 에바리스트의 표정이 한층 찌푸려졌지만, 감정 조절 능력을 요구받았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만큼 그는 잠시간 조명을 받아 반질반질 윤이 나는 그릇에 시선을 주는 것으로 감정의 잔재를 빠르게 갈무리할 수 있었다. 금새 평상 시의 얼굴로 돌아온 에바리스트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래서 너는 어느 쪽에 걸었지?”
“계약 안 한다는 쪽에. 덕분에 공짜 고기를 썰 수 있게 됐지.”
“네가 받는 의뢰비만 해도 고기 쯤은 충분히 썰 수 있을 텐데.”
“원래 이런 건 남의 돈으로 먹는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는 거야, 에바.”
손가락 사이에 끼운 스푼을 까딱이며 아이자크가 웃어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며 에바리스트의 신경을 긁어대던 용병단장은 어느새 사선을 넘나들던 맹우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에바리스트는 생소하게 다가오는 분위기를 느끼며 아이자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상상해본 것이었지만 역시 상상 속의 것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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